음식 인문학의 길
위에서 마주한 숟가락

Interview

Editor. Jiyoung Ha
Photographer. Yeseul Jun

서강대학교에서 역사학, 한양대학교 대학원에서 문화인류학을 공부한 이후, 중국 중앙민족대학교 대학원에서 문화인류학 박사 학위를 받으며 역사학과 인류학에서 깊은 소양을 쌓아왔다. 오늘날 국내 최초 음식 인문학자로 불리기까지 어떠한 시간을 거쳐왔는지 궁금하다.

한국 사회의 민주화에 기여하기 위해 역사학과를 선택했고 졸업 후 유학 비용을 벌기 위해 1986년 9월 풀무원에 취직했다. 당시 그곳은 민주화운동에 참여했던 사람들이 제법 많이 근무하고 있었다. 1987년, 풀무원이 중구 필동에 있던 김치박물관현재는 인사동에 위치을 인수하며 역사학을 전공한 나에게 큐레이터 자리를 권유했다. 같은 해 9월 정식으로 김치박물관의 큐레이터가 되었고, 그곳에서 1988년 서울올림픽 전시회를 준비하던 식품학과 농학 전공 선생님들을 만나면서 음식의 역사에 관심이 깊어졌다. 요즘 역사학은 생활사와 미시사를 모두 다루지만 당시에는 정치・경제・제도사가 주류였기에 대부분 음식의 역사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다. 영어와 일본어로 된 관련 책들을 찾다가 문화인류학자들이 음식의 역사는 물론이고 문화를 연구한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 문화인류학으로 전공을 바꿔 대학원 석사과정을 시작했다. 김치박물관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김치의 문화인류학적 연구’를 주제로 석사 학위논문을 썼고, 이후 중국 베이징에서 문화인류학을 더욱 깊이 공부하고 돌아왔다.

한국학중앙연구원은 어떤 곳이며, 이곳에서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한국학중앙연구원은 1978년에 박정희 대통령이 만든 국가기관으로 한국학대학원이 함께 설치되어 있는 곳이다. 한국학대학원에는 인문사회과학의 기초 학문에 해당하는 17개 전공의 석・박사 과정이 있어 일반 대학에서는 하지 못하는 인문사회과학의 부족한 부분을 연구한다. 한국학대학원 외에 여러 연구센터가 한국학중앙연구원 내에 존재한다. 그중 하나가 장서각이다. 장서각은 조선 왕실에서 소장하던 귀중한 고문헌과 민간에서 보관하던 조선 시대 문헌을 수집・관리하고 있는 한국학 전문 도서관이다. 또 고서의 관리, 보존, 디지털화와 학술적 연구를 수행하는 곳이기도 하다. 장서각에는 조선 후기 영조와 고종에 관련된 고문헌이 특히 많은 편이다. 물론 민간에서 간직하고 있던 고문서도 20여 건이나 소장하고 있다. 나는 대학원 교수이면서 2019년부터 3년째 장서각 관장을 겸하고 있다.

이번 <TOOLS> 매거진에서는 숟가락이라는 도구에 대해 깊고 다양한 시각으로 바라보고자 한다. 인류 역사 초창기에는 어떤 공동체든 음식을 손으로 먹었다. 숟가락의 시초로는 기원전 1000년경 고대 이집트에서 사용하던 나무, 상아, 부싯돌 등으로 만든 것이라고 알려져 있는데, 앞서 언급한 것처럼 그 이후의 진화나 상용화가 이루어지지 않았으니 숟가락의 최초 역사를 고대 이집트라고 말할 수 없는 건가?

그렇다. 숟가락이 실제 상용화된 건 고대 중국에서였다. 7,500여 년 전 유적지 여러 곳에서 뼈로 만든 숟가락 유물과 청동 숟가락을 발견한 바 있다. 지구상에서 가장 먼저 식사 도구를 사용한 시기라고 보면 되겠다. 하지만 숟가락 관련 기록은 고대 이집트와 고대 중국 역사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숟가락과 관련한 기록이 전혀 없다. 단지 피라미드에 수프나 맥주, 누룩 등이 그려진 것을 통해 물이 있는 것들을 옮길 때 숟가락을 사용했겠구나 추측하는 정도이며, 고고학 유물 발굴 과정에서 등장하는 것이 전부다.

숟가락이라는 명칭의 어원도 궁금하다.

본디 ‘술-‘에 손잡이가 있다 하여 ‘가락’이 붙어 ‘숟가락’이 되었다. 가락은 우리말이 맞지만, ‘술-’ 부분의 어원이 분명하지 않고 숟가락이라는 명칭에 대해 연구된 바가 없어 불명확하다.

숟가락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평소 어떤 숟가락을 사용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국내는 물론 해외 현지 조사를 나갈 때마다 숟가락과 젓가락, 스푼과 포크, 나이프 등을 수집한다. 그래서 우리 집에는 세계 각국의 다양한 숟가락이 있다. 실제로 1980~1990년대까지는 스테인리스스틸로 만든 숟가락을 사용했고, 한때는 은숟가락도 사용했다. 나는 식구들마다 자신의 숟가락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숟가락은 한 사람의 영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 집의 네 식구는 각자 자신만의 숟가락이 있다. 최근에는 손잡이는 나무 소재, 술잎은 스테인리스스틸로 만든 숟가락을 사용 중이다. 특히 술잎이 오목한 형태를 사용하는데 술잎이 오목해야 국물을 식탁 위에 흘리지 않는다.

현재 문화인류학 관점에서 음식을 연구하며 제자 양성에 힘쓰고 있다고 했다. 음식인문학자로서 개인적으로 남아 있는 학문적 숙제가 있다면 무엇인가? 앞으로의 계획도 궁금하다.

지난 5년 동안 매년 한 권씩 책을 내왔다. 쉬운 내용이 아닌 학술적인 부분을 다루다 보니 관심이 떨어질 법도 한데 다행히 많은 사람이 흥미로워하는 것 같다. 책 제목만 보고 ‘음식 이야기네’ 하면서 덥석 샀다가 사기당한 걸지도.(웃음) 퇴직까지 6년이 남았는데 앞으로도 매년 책 한 권을 펴낼 계획이다. 책 주제는 음식의 역사와 문화지만 세상에 없던 시각으로 집필한 책을 펴낼 것이다. 내 외장 하드에는 수십 권의 연구와 책 집필 기획서가 담겨 있다. 나는 이것을 “술을 익힌다”라고 말한다. 술 단지가 수십 개라는 말이다. 이 술 단지를 나 혼자만 마시면 술병에 걸릴지 모른다. 나의 제자들과 나누고, 책을 통해 독자와도 나누고 싶은 마음이다.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대학에 독립된 음식인문학과를 설립하고 싶다.

인터뷰 전문은 <매거진 툴즈> ‘숟가락’ 편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