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의 활로

Interview

Editor. Danbee Bae
Photographer. Yeseul Jun

구병준·김가언 두 사람이 2013년에 시작한 ‘챕터원chapter1’은 온·오프라인을 기반으로 국내 디자이너나 작가의 제품을 소개하는 라이프스타일 리빙숍이다. 어떤 계기로 시작하게 되었는지 그 배경이 궁금하다.

김가언(이하 김)‣ 챕터원을 시작하기 전에 패션 VMD로 일했다. 그 전에는 패션 스타일리스트였고, 공간 디스플레이 등의 작업을 했다. 비주얼 디렉팅 작업을 주로 해오다 보니 출장이나 여행을 가면 옷보다 소품이나 인테리어 관련된 것을 더 관심 있게 봤다. 내 취향이 담긴 물건들을 워낙 많이 모아두다 보니, 취향을 보여줄 수 있는 소품이나 가구를 소개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막연히 했던 것 같다. 보통 여행할 때 그 나라 디자인을 보거나 그런 디자인이 담긴 제품을 사고 싶어 하지 않나. 당시에 국내에서 해외 브랜드를 소개하는 숍은 많아도 우리나라 디자인이나 공예를 보여줄 만한 숍은 거의 없었다. 이런 상황과 개인 사업을 하고 싶던 시기가 맞물리면서 국내 디자이너와 작가 중심의 라이프스타일 리빙 편집숍 챕터원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구병준(이하 구)‣ 여행이든 출장이든 외국에 나가면 편집숍, 리빙숍을 많이 다녔다. 대부분 대기업 브랜드 중심이 아닌 개인 창작자나 개인 브랜드 중심의 숍을 찾았고, 그들이 그 나라를 대표하는 것과 같은 이치로 느껴졌다. 반면에 한국은 국내 유명 브랜드 제품이나 해외 제품을 수입해서 소개하는 점에 큰 아쉬움을 가지고 있었다. 개인에게 맞는 라이프스타일을 제시할 수 있을 만한 곳이 없었기에 우리가 작게라도 그런 숍을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조금 더 포괄적 의미에서 진짜 ‘편집’에 대한 개념을 다룰 수 있는 편집숍을 하고 싶다는 게 핵심이었다. 외국 사례를 많이 찾아보고 경험한 것이 좋은 자극이 된 셈이다. 챕터원을 하기 전 미술 갤러리에서 전시 기획을 8년 정도 했는데, 그 기간 동안 일하며 제품에 대한 개인적 관점의 변화 역시 챕터원을 준비하고 시작하는 데 영향을 미친 요소 중 하나다. 대개 갤러리에서 판매하는 작가의 작품은 고가로 판매된다. 하지만 반드시 고가의 작품이나 제품만 유용하고 좋은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점차 ‘대중이 조금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큐레이팅해보자’는 관점으로 변화한 것 같다.

챕터원의 전개 방향을 공간의 변화로 굵직하게 살펴보고자 한다. 2013년 ‘챕터원 셀렉트chapter 1 select’(현재는 운영하지 않음)라는 이름으로 가로수길에서 시작해 성북동 ‘챕터원 콜렉트chapter 1 collect’(현재는 운영하지 않음), 신사동 ‘챕터원 에디트Chapter 1 edit’, 최근에 한남동 ‘챕터원 한남Chapter 1 hannam’까지 오프라인 공간에서 지속적으로 확장과 변화를 주도해왔다. 단순히 지점이나 분점을 내는 의미가 아닌, 공간마다 확실한 콘셉트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구‣ 챕터원 셀렉트로 시작해 약 2~3년 간격으로 변화가 있었다. 앞에 챕터원이라는 이름은 그대로 두고 뒤에 붙는 셀렉트, 콜렉트, 에디트는 그 시대상을 그대로 반영했다. 단지 유행을 좇았다는 게 아니라 시대상을 반영하고 주도해나가고자 했다. 2013년은 산업 문화를 기반으로 한 소비문화로, 대중이 능동적으로 자신의 물건이나 취향을 선택하고 수집하기 전 단계였다. 숍에서 고객과 소비자가 구매하고 사용하면 좋을 제품을 엄선해 보여주면 그대로 따라가는 경향인 거다. 챕터원 셀렉트 신사동 매장을 닫은 후 현재는 현대백화점과 함께 ‘아키타입x챕터원archetype x chapter1’을 새롭게 열어 압구정 본점과 더현대서울 2곳으로 매장 운영을 이어나가고 있다. 성북동에 연 챕터원 콜렉트는 셀렉션에서 컬렉션으로 소비문화의 양상이 크게 변화한 데 따른 것이다. 안목을 지닌 사람들이 생겨나면서 챕터원 콜렉트는 그들을 위한 공간으로 꾸렸다. 제품 종류도 가구 등 공간 인테리어를 중심으로 제시했다. 챕터원 콜렉트는 성북동 매장에서 현재 챕터원 한남으로 이전해 운영 중이다. 이후 2018년도부터는 안목을 가진 특정 소수의 집단이 제품을 소비하는 컬렉션을 넘어 보다 많은 사람이 자신의 물건과 공간 등의 취향을 편집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했다. 시대 변화와 그 흐름을 타고 자연스럽게 신사동에 챕터원 에디트라는 이름으로 공간을 준비했다.

음식 문화를 상징하는 도구이자 사물이다. 개인적으로 숟가락의 모양이 매우 담백하면서도 단아하게 느껴진다. 두 사람에게 숟가락은 어떤 느낌이나 의미를 가진 도구인가?

김‣ 우리 사회에서 밥은 정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처음 보는 사람에게 ‘밥 한번 먹자’고 이야기하기도 하고, 반대로 기분이 좋지 않거나 불쾌한 상황에서는 ‘밥맛 떨어진다’고 하기도 하고. 쌀밥, 찌개, 국 등 주식을 먹는 도구인 만큼 생활에서 중요한 의미로 작용하는 것 같다.
구 아시아 나라 중에서 숟가락 중심 사회는 아마 우리나라가 대표적일 거다. 중국과 일본은 숟가락보다 젓가락 중심 사회다. 숟가락의 형태도 개인적으로 우리나라 숟가락이 무언가를 입안에 넣어 먹을 수 있도록 하는 데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한국 숟가락은 다른 아시아 국가나 서양 국가에 비해 머리 부분이 보다 편평한 편이다. 점성이 있는 밥을 잘 뜨기 위해서다. 술자루나 술총 부분에 인삼, 거북이, 복福, 만卍 등의 문양이 새겨진 옛 길상무늬 숟가락을 보면, 단순한 장식을 넘어 무병장수, 복 등의 염원을 새겨 넣은 상징적인 도구였는지도 모르겠다. 그만큼 한국인에게 숟가락은 특별한 의미를 지닌 도구가 아닐까.

집에서 사용하는 수저나 커틀러리 제품이 궁금하다. 형태, 소재, 컬러, 사용 방법 등 숟가락을 선택할 때도 자신의 취향이 반영되기 마련인데, 숟가락에 관한 두 사람의 일상생활에서의 취향은 어떤가?

김‣ 물론 디자인이나 모양 등 제품을 고르는 기준은 있지만, 숟가락은 특히 편의성과 실용성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 밥 먹을 때 내 손과 입에 가장 편한 걸 자주, 주로 쓰고 있다. 밥 먹기에 편하고 손이 잘 가는 숟가락을 사용하는 편이다.

구‣ 집 주방에 세계 각국의 제품이 다 있는데, 역시 가장 자주 사용하는 건 저렴하면서 생활력 강한 숟가락이다. 대개 이런 제품들이 기능적으로 완벽하고 효율적이다. 실제로 어디서 생긴 건지는 모르겠으나 분식집에서 사용하는 숟가락이 집에 있더라. 정말 편하게 애용하고 있다.

챕터원만의 시각이 있기에 확장과 변화를 거치며 오랜 시간 국내 대표 라이프스타일 리빙숍으로 자신의 자리를 지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흐른 시간 만큼의 시간이 더 지났을 때, 챕터원은 어떤 모습일까? 각자 그리는 모습이 있는지 궁금하다.

구‣ 서로 다르면 안 되는데.(웃음) 처음 챕터원을 시작하면서 구상한 모습이 8년이 지난 지금 반 정도 만들어진 것 같다. 앞으로 7~8년 뒤에는 우리가 구상한 모습에 더욱 근접해 있지 않을까? 시작 자체가 편집숍, 리빙숍이었으니 초심을 흐리면서까지 다른 영역이나 주제로 확장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변화가 있다면 조금 더 챕터원의 철학과 본질에 집중하는 거다. 그동안 의식주를 포함하는 라이프스타일을 다뤄왔는데, 사실 의식주는 라이프스타일을 이루는 요소 중 가장 1차원적 요소라고 할 수 있다. 라이프스타일을 더 디테일하고 깊이 있게 이야기한다면, 의식주 이외에 취미와 특기가 있을 거다. 좋아하는 책이나 운동 같은 것들이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을 들려주는 고유의 요소이기에 지속적으로 고민하고 있다.

김‣ 다행히 비슷하다.(웃음) 챕터원이라는 이름으로 라이프스타일 리빙 편집숍을 시작한 것은 1장, 2장, 3장처럼 멈추지 않고 우리나라의 시대 변화의 흐름에 따르는 라이프스타일을 잘 보여줄 수 있는 공간을 지속적으로 만들기 위해서였다. 단지 숍을 오픈하고 마는 개념이 아니라 앞으로는 식食에서 조금 더 깊이 있는 부분을, 의依에서 조금 더 관련된 부분을 디테일하게 다룰 수 있을 것 같다. 다른 카테고리로로 확장하기 보다는 하나의 카테고리 안에서 더욱 깊어지고 집중하는 챕터원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것 중 하나가 현재 준비 중인 커틀러리 브랜드 제작이 될 수 있을 테고.

인터뷰 전문은 <매거진 툴즈> ‘숟가락’ 편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